정의당 청년정치의 비전은 달라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왕복근입니다. 어제 학생위원회 위원장단 및 학생당원의 연서명(www.justice21.org/59128)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 특히 정의당의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기존의 당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또 까막님의 글(www.justice21.org/59140)에서 나타난 조직적 실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우리당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의 청년정치인은 인센티브를 통한 동원의 대상인가?
총선후보로 나와 주면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것, 중앙정치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 미래내각의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되게 해주겠다는 것이 당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정치인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닙니다.
또한 교육을 통해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왜 우리가 청년정치인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요? 처음부터 청년과 참모를 구분하는 교육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지만 교육을 통해 청년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당 내의 차세대 리더십 구축을 위한 플랫폼, 청년정의당
저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스스로 구축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역할을 자연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하는 과정에서 그 활동가는 대중정치인이 더 잘 맞을 수도,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역할이 더 잘 맞을 수도, 정책생산의 과정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적 경험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당의 10년, 2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에 우리당의 정치인은 당의 기반을 통해서 성장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며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청년당의 모습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유럽의 많은 정당에서 이런 방식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당의 활동 공간에서 성장한 청년정치인이 30대에 복지부 장관을 하고, 20대 초반에 하원의원과 연방의원을 하는 것을 많은 기사들을 통해서 접하고 있습니다. 가령 노르웨이 노동당의 청년조직은 토론, 강연, 이론적 체계에 대한 독자적인 사업을 중앙의 기획 하에서 전국적으로 진행합니다. 덴마크와 스웨덴 사민당의 청년조직 역시 주요 청년문제, 즉 청년실업, 대학생문제, 노동불안정성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생산하는 일에 주력합니다. 이들 모두가 지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중앙을 통해 각자의 경험들을 다른 지역으로 공유합니다.
이런 리더십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청년단위의 독립적인 예산과 집행, 독립적 사무국을 구성할 수 있도록 당의 활동공간을 열어줘야 합니다. 청년당원들이 자신의 힘으로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한다면 청년당원의 역량은 충분히 훈련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중정치인으로. 정책생산자로, 조직활동가로 분화되어 나갈 것입니다.
이번에 제시한 프로젝트는 청년정치의 장기적 비전과 노선 속에서 운영되어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지역과 부문의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단순한 시민강좌 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활동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그 활동을 지원하며,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성장 시스템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성장하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보수양당의 정치적 쇼맨십에 대응하는 진정한 청년정치의 육성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활동공간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Y캠프를 갔다 오면서 시도당 당직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청년이란 사실에 놀랐었습니다. 당직자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부문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당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청년정치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이들 청년활동가들, 미래의 정치인이 될 청년당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생각했던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청년활동가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활동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껏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실수는 후보로 나갔던 사람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당의 전략에 따라 출마했던 많은 후보들이 지역에서 사라지고 생업의 전선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출마를 지속하게 된다면 이 후보는 지역사회에서 선거에서만 보이는 사람이 됩니다.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 지역 주민을 위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간에 일하면서 활동하고, 새벽에 승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활동하는 청년당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둘째, 지역의 활동가들이 가진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교육할 수 있는 연결망이 필요합니다. 당의 청년활동가층이 지역별로 본다면 두터운 편은 아닙니다. 지역에 따라 한 명, 두 명의 활동주체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역에 한명의 활동가가 청년정치를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들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지역의 활동 경험을 공유하면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연결망을 유지한다면 그런 부담감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 각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의 청년활동가의 현황을 파악하고 조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중앙당이 다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지역의 이슈와 맥락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문의 활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앙당이 선거의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교육을 통해 지방정치를 가르친다는 발상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활동 공간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당이 보조를 해줘야 합니다. 그 곳이 부문이 되었던, 지역이 되었던 정치인의 성장은 현장의 경험과 공감에서 시작됩니다.
지금의 정의당에는 청년정치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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