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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고민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위한 경제학

지금 반값등록금 투쟁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아마 소고기 파동이후로 가장 시끌시끌하게 우리 삶 속에서 느껴질 투쟁은 반값 등록금 투쟁일 것이다. 유명한 방송인 김재동이 찾아가 피자와 치킨을 돌리고, 거리를 지나다니던 많은 시민이 호응해주는 요즘의 반값등록금 투쟁. 히스가 말하는 전형적인 좌파의 논리 속에서 진행되는 운동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좌파가 가지는 이런 온정주의적 정책들에 공감을 한다. 반값등록금도 마찬가지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개선운동 등 다양한 좌파적 온정주의가 사람들에게 많은 어필을 한다. 공정무역을 통해서 정당한 임금을 제 3세계 국가들에게 줘야한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반면 우파들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경쟁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지나치면 시장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무엇인가 삶에 필요한 안정적인 사회보장 제도를 만들라 치면 그것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대통령과 같이 국가 경쟁력이 중요하니까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때까지 국민들에게 참아달라고 이야기도 한다.


하나만 정답이라서 선택하면 되는데 우리는 단순히 정답을 몰라서 두 선택지 중에 하나를 못 골라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히스의 대답은NO. 그의 말대로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 해결책은 불완전하고 감상적이거나 과학적이란 이름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는 오류를 보이고 있다. 해결책은 상황에 맞는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다. 삶에 많은 규칙들이 있고 그것을 때에 따라서 쓰는 사람이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확고한 도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멋지게 살 수는 있어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는 힘들다. 삼국지를 생각해 봐라. 조조는 천하를 위한 행보에서 거침없었지만 유비는 자신의 기업을 얻을 수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놓치면서 늙어서까지 천하를 얻기 힘들었다. 유비는 존경을 받을지언정 편안한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삶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가는 존경을 받는 것도 받는 것이지만 그 안에 있는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국가는, 우리의 사회는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나도 좌파를 긍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나친 온정주의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통감할 때가 많다. 많은 젊은 운동가들(운동가라고 자처하는 이들)을 보면 자본주의와 그것을 긍정하는 국가는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집합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것이 경제에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자들이 불쌍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되면 우리의 삶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겠는가? 최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만 올려준다면 그들의 삶이 개선될 것인가?

그러나 우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참고 기다려도 사회보장제도는 OECD가입국 중 유일하게 GDP대비 50%이하로 유지하는 이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들의 말을 들어서 우리는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몸을 더욱 움츠리고 대학을 다니는4년 내내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하며 불안함에 다른 다양한 활동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


아마 이 책의 저자 히스도 그런 사람인 듯하다. 좌파에 동의하고 심정적인 공감을 가지고 있다. 우파들의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좌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심정적인 논리만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온정주의 조치가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거나 경제 전반을 위기에 빠트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들 특유의 낙관주의가 그들을 이러한 오류의 세계로 떠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분명한건 그게 사실이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명 개량주의를 위한 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저자의 이면에는 인간사회에서의 시장과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확신하는 생각이 깔려있다. 시장을 통한 거래가 그 자체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수요와 공급만 있으면 시장이 자생적으로 형성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내리는 처방이 따뜻한 것은 아니다. 그는 좌파들에게 자신들의 온정주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계산적이고 이성적이 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없어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파들이 자신들의 어젠다를 위해서 일정부분 오류를 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위력이 줄어들거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의 아픔을 가끔은 넘길 필요도 있다. 종양을 자르는 것은 아프지만 더 큰 아픔을 없애기 위해 참는 것처럼.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좌파들에게도 이런 충고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