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내 이름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그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혹시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엄습했던 경험, 관악구에 사는 청년이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그 불안은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닙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3,304건 중 무려 801건이 관악구에서 발생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압도적인 1위입니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생애 첫 독립을 준비하던 20·30대 청년과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입니다. 꿈을 안고 관악에 첫 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한순간에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잃고 막막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관악구의 대책: 뒤늦게 달려가는 소방차>

관악구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운영, 전세피해자 희망 회복 지원사업 시행, 1인가구 주거안심매니저 서비스 운영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하나같이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수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불이 난 뒤 달려오는 소방차처럼, 애초에 불이 나지 않도록 막는 예방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후 구제책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보증료, 월세, 이사비, 소송 수행 경비, 주거안정금이 한꺼번에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세피해자 희망 회복 지원사업'은 이 항목들 중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증료 지원을 받으면 월세와 이사비 지원은 포기해야 합니다. 피해는 한꺼번에 닥쳐오는데, 지원은 하나씩만 허락하는 셈입니다. '1인가구 주거안심매니저' 서비스는 평일 오후에만 운영됩니다. 정작 가장 필요한 청년 임차인들은 직장과 학교에 있는 시간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색내기용 지원이 아닙니다.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진짜 정책입니다.
<첫째, '관악 안심 임대인' 인증제로 전세사기 위험 자체를 줄이겠습니다>
전세사기의 핵심에는 불량 임대인이 있습니다. 피해자를 사후에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나쁜 임대인과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저는 '관악 안심 임대인' 인증을 도입하겠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 세금 체납 이력, 5년 이내 전세사고 이력, 등기부상 근저당 비율, 위반건축물 여부 등을 기준으로 '안심 임대인' 인증을 발급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증받은 임대인의 명단과 마크는 현재 운영 중인 '우리동네 주거정보 플랫폼'에 공개하겠습니다.
또한 좋은 임대인이 되면 실질적인 혜택이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안심 임대인의 매물에는 월세 지원이나 보증금 이자 지원 등 기존 주거 관련 사업을 우선 매칭하도록 하여 집주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전세사기의 가능성 자체를 줄이겠습니다.
<둘째, '전세사기 119'로 전세사기 걱정을 줄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정작 계약서를 앞에 두고 불안할 때 물어볼 곳이 없다면 소용없습니다. 청년들이 계약 전후 언제든 부동산 문제를 상담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 '관악 전세사기 119'를 개설하겠습니다. 챗봇이나 안내 문자가 아닙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소속 변호사·공인중개사와 연결된 전문 인력이 직접 응답하는 채널입니다.
무엇보다 야간과 주말에도 운영하겠습니다. 부동산 계약은 평일 낮에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불안은 퇴근 후 밤에도, 주말 계약 당일 아침에도 찾아옵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빠르게 답해주는 것, 그것이 '전세사기 119'가 해야 할 일입니다.
<셋째, 비현실적인 전세사기 구제 정책을 피해자 관점에서 바로 잡겠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있어도, 그 제도가 피해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있으나 마나입니다. 먼저 「관악구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전세사기 예방과 구제를 위한 실태조사 및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겠습니다. 제도의 근거를 법으로 못 박아,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단 하나의 항목만 선택할 수 있는 '전세피해자 희망 회복 지원사업'을 복수 항목 동시 신청이 가능하도록 바꾸겠습니다. 지원 한도도 현실에 맞게 대폭 높이겠습니다. 월세 지원은 12개월 20만 원에서 24개월 40만 원으로, 이사비 지원은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소송비 지원은 100만 원 정액에서 실비 200만 원으로 상향하겠습니다. 피해는 복합적으로 닥쳐오는데 지원은 하나씩만 받으라는 구조, 반드시 바꾸겠습니다.
관악에서 처음 독립을 시작하는 청년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불안 대신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1위라는 오명을 걷어내고,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관악을 만드는 일, 왕복근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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