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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

정치적 자유주의와 비지배 자유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중심으로

※ 본 내용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쓴 연습글입니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비지배 자유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중심으로

 


. 서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개인의 자유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의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할 때 그것이 누군가로부터 거부되거나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무엇을 하는데 있어서 자유롭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우리는 우리가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길에 대해서 자유롭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것을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과는 다르게 자기의 목표에 맞춰서 무엇을 하는 것이 그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는 외부의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의 목표는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내부에서 유발되는 어떤 것을 통해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두 자유의 영역을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것은 이사야 벌린이다. 이사야 벌린은 이 두 자유 개념을 분리하여 정리함으로써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의 위치가 어디에 놓이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사야 벌린은 이런 자유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소극적 자유가 우리의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줄 유일한 자유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은 적극적 자유보다는 소극적 자유의 설명을 통해서 자유의 개념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공리주의에 대항하여 새로운 정의론을 구축한 롤즈 역시도 이런 점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롤즈는 자신의 정의론이 이사야 벌린이 정리한 두 개념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상정하고 있는 개념은 외부의 간섭이 최대한 배제된 형태의 자유를 기본적으로 자유의 원리로 상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롤즈는 그가 정의론을 구축하기 위해서 사용한 장치를 통해서 자신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데 이를 통해서 그가 타인의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행사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개인이 자유를 행사하는데 있어서 그의 선호와 입장을 배제해야하는 매우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공정한 자유의 행사는 합당성이란 개념 속에서 행사되는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다.


롤즈가 정리한 자유개념은 매우 강한 중립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강한 비판들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공동체주의자들이 이런 비판에 매우 앞장선다. 이런 과정 속에서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과거의 자유개념을 일정하게 수정하면서 제 3의 자유 개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념을 비지배 자유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간섭받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간섭과는 다른 예속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유의 부재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유의 반대는 예속, 혹은 지배라고 생각한 이들은 자유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이런 예속적 상황들을 모조리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속적 상황은 그 누군가 직접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강압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다는 개인의 착각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예상태의 자유만을 누리는 형태를 띌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잠정적인 위협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지배 자유는 자신의 자유를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 법을 통한 비자의적 지배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비자의적 지배구조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이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비지배 자유는 시민의 참여에 대해서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자유와 일정하게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비지배 자유를 주장하는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모두 자신들을 소극적 자유의 확장을 통해서 제 3의 자유를 구성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면에서 이들은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롤즈의 자유와 신로마 공화주의의 자유는 시작점이 어느 정도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이 구상하는 사회의 모습의 외향은 상당부분 비슷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비슷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살펴봄으로써 그들이 어떤 사회의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자유의 두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구성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는데 유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 롤즈의 자유와 신로마 공화주의의 자유

 

이사야 벌린은 타인에 의한 간섭의 부재라는 의미를 소극적 자유의 개념으로, 자기지배라는 의미를 적극적 자유의 개념으로 분류하고 진정한 자유는 소극적 자유의 의미에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소극적 자유의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강제된다는 의미는 내가 그것만 아니라면 이렇게 행동하였을 영역에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간섭하여 다르게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Berlin, 2014)을 의미한다. 한편 적극적 자유는 이성적인 조재로서 자신이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했다. 이사야 벌린은 이런 생각이 폭정의 원인으로 작동하면서 자아실현이란 명목하에 개인들을 전체주의적으로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적극적 자유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후 정치철학에서 자유를 다루는 논의는 소극적 자유의 개념에 가까운가 아니면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옹호하는가로 나뉘게 된다. 이는 롤즈와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롤즈는 다양한 선 관념을 가진 개인들의 질서정연하고 안정된 사회적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정의 원칙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한 것은 개인들이 사회를 구성하기 이전의 단계에 대한 가정이다. 이를 롤즈는 원초적 입장이라고 부른다. 원초적 입장에서 사회계약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지의 베일이란 틀 속에서 자신의 능력, 재력, 재능, 사회적인 지위 등의 정보와 차단된다. 롤즈는 바로 이 두 장치를 통해서 원리적으로 계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평등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롤즈가 이렇게 특수한 상황을 가정한 이유는 계약에 참가하는 당사자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정의의 원칙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도출된 정의의 원칙은 그들이 살아갈 사회의 기본구조와 사회, 정치, 경제의 제도를 규정하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무지의 베일을 벗어나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과 사회적 지위를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 더 유리한 입장으로 합의를 도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초적 입장의 계약당사자들은 다른 사실을 잊고 오직 정의로운 사회의 구성만을 생각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롤즈의 작업 속에서 롤즈가 깔고 있는 자유에 관한 하나의 규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특정한 선호와 특정한 목적, 혹은 가치에 근거하여 정의의 원칙을 결정하면 그것이 특정한 선호, 목적, 가치를 가지지 않고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선택의 자유를 일정하게 침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롤즈에게 있어서 사회의 기본구조를 정당화하는 것은 정의의 원칙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능력으로서 나타나는 자유를 침범당하지 않게 보호하는가에 대한 여부로 결정된다. 롤즈의 이런 입장은 자유론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대체로 나는 자유를 헌법상의 제한이나 법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논의할 것이다, 이런 경우 자유란 제도상의 어떤 구조를 의미하며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공공적인 규칙들의 어떤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행함에 있어 자유롭다는 것은 그들이 그것을 행하거나 행하지 않는 것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간섭으로부터도 보호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Rawls, 1999 177)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침범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계약에 참여하는 합리적 개인들이 모두 평등한 자유를 지닌 도덕적 존재라는 가정에 일정하게 기대고 있다. 즉 개인이 어떤 목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의 보존여부를 자유에 대한 이해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롤즈의 자유관은 어떤 외부의 자의적 간섭이나 강제 없이 우리 앞에 놓인 목적들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규정하는 것과 같다. 이는 이사야 벌린이 이야기하는 소극적 자유와 거의 전적으로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린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그 어떤 간섭이나 강제가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도 개인의 자유의 상실을 의미하는 이상 악으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는 롤즈가 특정한 목적이나 영향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강제되는 것을 자유의 부재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롤즈의 이런 입장의 국가중립성을 설명하는 논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롤즈는 국가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경정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이 좋은 삶을 보장하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부정한다. 그것이 설사 상당히 괜찮은 삶이라고 하더라고 사회의 구성원 중에서 그것을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선택권을 박탈함으로써 그의 원칙적인 자유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이 논변은 결국 원초적 입장에서 무지의 베일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서로에 대해 각자 선관념을 형성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자유롭다.”(Rawls, 2005, 30)

 

롤즈에게 있어서 자신의 선의지를 자신의 생각대로 바꿀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그의 자유와 부자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의 능력이 곧 자유로 정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사실상 개인의 자유는 모든 외부적 요인의 강제와 간섭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 롤즈는 법에 의한 간섭, 즉 기본구조의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낸 법의 지배를 인정하는 장치를 만든다. 이를 위해서 롤즈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정교하게 피해나가고자 한다.


그는 정치적 자유주의중첩적 합의의 가능성을 제시함에 있어서 합리성과 합당성을 구분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공적인 정치적 정의관으로 승격시켜놓았다. 특히 합리성과 합당성의 구분은 그의 논의에서 매우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합리성은 개인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추구하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 즉 수리적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반면, 합당성은 정치사회의 여러 시민이 공존할 수 있는 논리로서 정의감으로 대표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Rawls, 2005, 49). 특히 합당성의 개념은 공정한 협력의 조건으로 작동한다. 합당성을 바탕으로 개인들은 다른 사람과의 공적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그것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관계로서의 사회의 개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스키너와 페팃으로 대표되는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넘어서는 제 3의 자유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비지배 자유다. 자유의 두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을 언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의 생각이었다.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자유의 반대말이 강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속 혹은 지배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의 생각으로는 비지배 자유야 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지배 자유란 페팃의 설명에 따르면 타인의 자의적 간섭에 비교적 잘 견딜 수 있음과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상태”(pettit, 1999)라고 정의하면서 예속과 지배로 인해 파괴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런 신로마주의의 입장은 약한 공화주의”(정태창, 2013)라는 형태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공화주의의 입장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래되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Aristoteles, 2002)라는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를 때 인간은 정치적 공동체라는 공간을 벗어나서 형성될 수 없으며, 동시에 평등한 공공성 안에서 자신의 시민적 덕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Aristoteles, 2006, 77-78).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덕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공화주의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전의 공화주의자들은 시민적 덕성과 정치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덕목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이런 성격들이 현대사회의 다원주의적 가치들과 양립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가치관의 강조와 그런 가치관을 통한 인간의 완성이란 설명은 개인주의적이고 다층적인 가치의 현대적 사회를 설명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비지배 자유라는 표현에서 보여지듯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시민의 덕성과 참여를 정치적 활동의 중심적 가치로 두지 않고 도구적 가치로 전환한다.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대해서 신로마주의자들은 부정, 혹은 약화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들의 눈을 통해서 본 시민적 덕성과 정치적 참여는 비지배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전통은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이라기 보다는 키케로, 마키아벨와 같은 이들로 이어지는 로마 공화정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정태창, 2013).


아리스토텔레스와의 결별은 현대의 다원주의적 자유주의를 공화주의가 수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pettit, 1999, 7-8). 덕성과 참여의 도구적 가치로의 전환은 현대 사회에 가장 중요한 다원주의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를 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들의 목적이 일차적으로는 자유주의의 협소함을 벗어나서 자유의 범위를 넓히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공격의 기본적 대상은 자유주의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서술했듯 자유주의의 전통에서 신로마 자유주의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넘어선 제 3의 자유에 위치시킨다. 그러나 비지배 자유가 이사야 벌린이 정의한 두 개념을 넘어서서 완전히 다른 자유 개념을 서술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페팃과 스키너는 비지배 자유의 개념이 소극적 자유의 확장에 한 일종으로 이해하고 있다. 페팃은 이사야 벌린이 이야기한 소극적 자유가 물리적 억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자유를 침해 받지 않는다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소극적 자유가 자유의 부재상황을 매우 축소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이해한다. 술탄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보다 물리적인 억압이 적다고 한다면 이는 술탄의 국가에서 자유가 잘 지켜진다고 설명 가능해지는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서술한다. 따라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억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예속과 지배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을 서술하기 위해서 비지배 자유가 필요하다고 이해한다. 한편 비지배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다르게 법을 하나의 간섭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법의 지배는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자유의 실현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요소 중에 하나로 작동한다. 법의 지배는 자의성을 지배에 있어서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지배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신로마 공화주의자들은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고 시민적 참여라는 적극적 자유를 결합해서 비지배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의 자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공동체가 예속이라는 굴종에 빠지지 않도록 공동체를 위해 투쟁하는 것 역시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법을 통한 지배로 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진행하며, 이 자유로운 공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적극적 자유를 결합시킨 비지배자유는 공화주의적 자유의 개념과 근대 이후 현대의 삶에 자리 잡게 된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두 형태의 자유가 가지는 개념의 위치와 장단점

 

롤즈의 자유와 신로마 공화주의의 자유는 따라서 외형상의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은 개인의 자의적 지배를 부정하고 비인격적인 법에 의한 지배를 긍정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롤즈의 모델이 자유로운 개인들의 합의를 통한 질서정연한 사회의 구성이라는 목적을 따라 법의 통치로, 혹은 규칙의 통치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한편 신로마 공화주의는 모든 자의적 지배예속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 비자의적인 법의 힘에 기대어 사회를 구성할 것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둘의 외형적 모습은 법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사회라는 면에서 동일한 형태를 띄고 있따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롤즈의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개입을 합의에 의하지 않고서는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극적 자유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비지배자유의 내용은 지배관계의 청산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인해서 예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자유의 확장에 적극적 자유의 개념이 결합한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작은 부분들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며 동시에 서로 다른 장단점을 만들어낸다.


롤즈의 자유개념은 적극적 자유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분명하게 소극적 자유의 개념에서 시작하여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롤즈는 자유만능주의식의 자유개념과 모든 사적생산수단의 국유화라는 강한 사회주의적 실험에서 모두 일정하게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자 한다. 롤즈의 이런 고민은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면서 일정하게 시정되어야할 우연성의 차이를 보정하는 사회적 규칙을 각각의 개인들이 보정을 긍정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정당화하는가와 연결된다.


롤즈의 입장에서 선택된 방식은 순차적 우위성을 자신이 도출해낸 정의의 원칙에 적용하는 것이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에 우선성을 부여하고 뒤이어 공정한 기회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고려한 이후, 그 고려 속에서도 우연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차등의 상황을 조정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구조의 정의론을 구축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롤즈의 전제가 자유로운 개인들의 좋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힘을 유지시키는 것을 자유의 기본적 원칙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즉 개인의 소극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자유 개념을 정리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롤즈의 자유개념은 그러나 자유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한다는 소극적 자유의 문제를 고스란히 공유한다. 이러한 협소한 규정은 자유로운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는 그의 자아개념이다. 무연고적 자아의 개념은 개별적인 선호를 배제한 상태에서 개인에게 합당성에만 기반하여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자아가 매우 공정하고 사회적 상황의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특수한 영역을 자신의 선호와 취향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매우 특이한 결론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좋은 삶을 추구하고 그 좋은 삶을 추구하기에 유용한 것들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한다. 즉 개인의 자아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롤즈의 소극적 자유 개념은 애써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롤즈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공동체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 공격 중 하나는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유로운 행위를 하는 것과 자유로운 행위가 가치있게 되는 것은 곧바로 동일한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의 행위 자체가 곧 의미있는 행동이 되리라는 문제에 대해서 롤즈는 대답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즈는 소극적 자유의 한계를 일정하게 돌파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그는 자신의 정의론이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도록 배치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런 노력은 선택의 자유가 법에 의해서 규율되는 것조차 무조건적인 강제의 위협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들을 상당부분 해소시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인의 불평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롤즈의 정의론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은 그의 최소수혜 계층을 이익을 원칙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 있다. 1%의 사람들이 국가의 상당수의 부를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을 때 그들의 부에 개입하여 불평등을 시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부분이 결과적으로 원칙적으로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란 비판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셸던 월린, 2013).


분명한 것은 롤즈의 자유개념은 일정하게 소극적 자유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국가중립성에 대한 입장 등은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그의 기본적인 입장에 충실한 논변이다. 그는 개인이 스스로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나서서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 일정하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오직 공적 이성이 합당성에 따라 합의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만들 때만이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 된다. 이런 점은 신로마 공화주의의 적극적 국가 개입의 가능성과는 매우 상이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신로마 공화주의는 그 자신 스스로 소극적 자유에 기반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페팃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런 주장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신로마 공화주의의 경우에는 페팃 자신의 주장에 따르면 두 가지 장점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공화중의자들은 국가 개입의 가능성에 대해 덜 회의적이다. 곧 그들은 국가가 적절히 통제된다면 국가의 행동자체를 지배의 형태로 보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화주의자들은 사회정책과 관련하여 더 급진적이다.”(pettit, 1999)

 

예컨대 불간섭 자유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의 경우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의 계약관계가 현저히 불평등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용자에 대해서 간섭수준이 낮다면 여기에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불평등이 간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팃의 주장에 따르면 비지배자유론은 여기에서 자의적 간선의 여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절한 국가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불평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신로마 공화주의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문제는 비지배자유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문제에서 유발된다. 그 자신이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온 예속의 문제가 너무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예속을 적극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이 내용들은 충분히 유의미해 보일 수 있으나 동시에 그런 적극적 자유로의 확대가 자체적인 적실성을 상실한 것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페팃은 공화주의 전통에서 추출해낸 비지배 자유의 개념을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확장시켜서 신로마 공화주의의 핵심적인 이상으로 삼는다. 하나는 비지배 자유를 누리는 사회 구성원의 범위와 관련된다. 전통적인 공화주의자들은 비지배 자유를 재산을 소유한 엘리트 남성만의 이상으로 간주한 반면, 페팃은 이 이상을 현대사회의 구성원 모두에 해당하는 보편적 이상으로 재해석한다(pettit, 1999, 6). 다른 하나는 비지배 자유의 개념의 적용 범위와 관련된다. 본래 공화주의 전통의 비지배 자유 개념은 엄격하게 정치적인 의미에서 이해되었으나, 페팃은 이를 공적 지배와 사적 지배를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지배의 부재라는 이상으로 보편화시킨다. 페팃에 따르면 신로마 공화주의가 자유주의에 대해 갖는 장점은 여기에 있다. 즉 자유주의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학생에 대한 교사의, 죄수에 대한 간수의 지배 등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온갖 형태의 지배예속 관계에 대해 무관심한 반면, 신로마 공화주의는 이러한 억압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철폐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pettit, 1999, 57).


두 번째 확장은 신로마 공화주의가 부정될 수 있는 형태의 주장이다. 두 번째 확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모든 형태의 지배 철폐라는 이상은 공화주의의 전통과는 상이하다. 그것은 키케로나 마키아벨리 등의 로마공화주의 전통의 저술가들과 딱히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신로마 공화주의는 스스로의 기반인 역사적 전통과 단절 된다. 둘째, 모든 지배의 철폐로 확장된 비지배의 이상은 실제 해방 담론을 구성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신로마 공화주의가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것을 방해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가부장적인 지배, 혹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에 대한 반대는 어떤 의미에서 공화주의적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모든 지배의 철폐로 확장된 비지배 자유의 이상은 공화주의의 전통과는 상이하다. 신로마 공화주의의 지배 개념은 공화주의의 역사적 전통보다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층위들에서 지배와 억압을 읽어내는 해방담론의 용어법에 더 일치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지배 자유의 개념을 비일관적인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의해 가중된다.

 

내가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신체적 장애인이라고 해보자. 내가 누리는 비지배는 이동의 수단이 제공될 때 일정 강도로 증가하게 될 것인데, 왜냐하면 이로 인해 지배받지 않은 선택들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pettit, 1999, 75)

 

심지어 그는 그러한 불편의 제거가 비지배 자유를 증진시킨다고 주장한다.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인민이 누리는 지배받지 않는 선택들의 범위와 그 용이성을 확장시킴으로써 인민의 비지배 자유의 범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pettit, 1999, 76)

 

그러나 이 경우 지배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 지배 개념의 외연이 지배자가 없는 경우까지 포섭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배 개념의 외연을 지나치게 확장시킨 결과는 결국 지배라는 개념아래 여러 억압적 관계 등를 나열 시킨 것 이상의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통해 지배를 극복하는데는 실천적인 역량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비지배 자유 개념이 소극적 자유를 확대하고 거기에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자유를 정의하고자 하였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내용의 모호성을 증가시킨 형상이 되었다. 이는 국가가 지배예속의 관계를 해소시켜준다는 거창한 명분만 남고 실천성을 잃어버린 결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 결론

 

자유주의적 자유의 대표적인 인물은 롤즈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의 논의를 새롭게 다시 시작한 것도, 그리고 그것을 집대성함한 것도 롤즈이기 때문이다. 롤즈의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의 내용을 상당부분 수용한다. 즉 소극적 자유의 주장이 롤즈의 근저에 깔려 있다. 심각한 불평등이 만들어내는 문제에 대한 시정의 지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만 그 개입은 기본적으로 소극적 자유의 보장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편 비지배자유는 소극적 자유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지적하고 과거 공화정의 정통 속에서 지배와 예속의 관계라는 새로운 관계를 끌어내어 자유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특히 비지배자유의 개념은 지배예속관계의 탈피와 소거라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소극적 자유의 확장과 함께 적극적 자유와의 결합이 일정하게 시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결과적으로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앞에서도 말을 했듯 둘 사이의 지향하는 사회적 외형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둘 다 법에 의한 통치, 그리고 자발적인 법에의 복종이 외형적 특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의 차이 이면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입장 차이는 근본적인 장점과 단점에서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앞서 글에서는 2장에서 롤즈의 자유와 신로마 공화주의 자유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사야 벌린이 정리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롤즈는 소극적 자유의 성격이 더 강한 반면 신로마 공화주의는 이사야 벌린이 정리한 기준과는 다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3장에서는 이런 자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각각의 사회구성에 있어서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왔는지를 살펴보았다. 각기 다른 자유의 입장은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을 만들어내며 둘 사이의 격차를 벌리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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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창. (2013). 비지배 자유와 공화주의의 딜레마. 철학사상, 47, 125-160.

정태창. (2011). 롤즈의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현대 입헌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갖는 실천적 함의. 철학사상, 39, 167-198.

존 그레이, 손철성 역, (2007) 자유주의도서풀판 이후

Berlin, Isaiah. (1958) "Two concepts of liberty." New York : 42.(박동천 역, 자유의 두 개념, 자유론, 아카넷, 2014)

Pettit, Philip. (1999) Republicanism: A Theory of Freedom and Government. Oxford University Press.

Rawls, John. (2005) A theory of justice. Harvard university press, (황경식 역, 정의론, 이학사, 2009)

Rawls, J. (1993) "Political liberalism." John Dewey essays in philosophy, (장동진 역, 정치적 자유주의, 동명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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